얼마 전.
맥주 한 잔으로 차장과 사원이 친구가 되는 광고를 보았다.
‘와.. 이 광고, 20대들은 싫어하지 않을까?’
회사사람에게 술 한 잔 마시자고
제안하는 것 부터가 조심스러운 시대.
친하지도 않은 차장과 사원이 단 둘이 술이라니..
상상만해도 숨이 막힌다.
저 자리는 대체,
어떻게 만들어진걸까?
한 편으론 부럽기도 하다.
저렇게 어색한데도
같이 맥주 한 잔 마셔주는 후배가 있다니..
저 차장이 부럽다.
누가 먼저 말을 꺼냈을까?
차장이었을까?
아니면, 사원이었을까?
차장이었든 사원이었든
어색한 사이에
같이 술 한잔 하자는 말,
꺼내기 쉽지 않았을텐데..
어느쪽이 먼저 제안했든,
그는 E가 분명하다.
극I인 나로선 어색한 누군가에게
‘한 잔 하실래요?’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
‘내가 물어봤다가, 저 사람이 불편해하면 어쩌지?’
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에.
(술 마시고 취한 김에 물어볼 순 있다)
그렇게 생각하니 그간 먼저 술 한 잔 하자 말 걸어준
형누나들에게 감사하다
만난 적 한 번 없던 업계 선배와 술친구가 되고
일로 만난 동료들이 퇴사 후에도 만나는 형 누나가 되고
맨날 욕하던 CD를 ‘형!’이라 부르고,
‘형 그때 그건 솔직히 아니었잖아요!’라며,
묵힌 앙금을 풀 수 있었던 건 다
어색함에도 내게 먼저 ‘술 한 잔 하자’라고 말을 걸어주었던
그들 덕분일 것이다
결국 관계가 엮이기 위해서 필요한 건,
누군가의 친해지려는 노력.
그 노력을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.
노력하지 못하는 난 앞으로도 치킨에 맥주 한 잔 하고싶을 때마다
‘저 사람이 나한테 먼저 한 잔 하자 해줬으면 좋겠다’
라는 기도를 매일 3번씩 교회 성당 그리고 절에
간절히 올리도록 하겠다.
ps.
저 에피소드를 짜신 분은 아마 술마시고 선배한테
‘형!’이라고 불러본 적이 있는 사람일거라
조심스레 짐작해본다